'빛과 소금'의 멤버이자 90년대를 대표하는 당대의 진정한 아티스트, 장기호의 아름다운 귀환.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저 유명한 명곡 ‘샴푸의 요정’의 주인공 빛과 소금. 그 중에서도 팬들로부터 일명 ‘소금’이라 칭해지며 감미로운 목소리를 선사한 바 있는 ‘장기호’를 기억하는가? '샴푸의 요정',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오래된 친구' 등 그야말로 보석과도 같은 히트곡을 양산해내는 인기 밴드, 그리고 본인의 음악 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창작 작업을 통해 대중에게 ‘가수’라기보다는 ‘뮤지션’으로 각인되기를 원했던 그였다. 그리고 영원한 추억일 것만 같았던 그가 이제 다시 ‘kio(키오)’라는 새로운 아티스트 네임과 더불어, 이름만큼이나 새로워진 음악이 담긴 음반을 들고 말이다. 이미지 앨범이란 원래, 영화와 연관이 깊은 개념의 음악 앨범의 한 종류를 말한다. 이를 테면, 해당 영화를 관람하기 전, 혹은 관람 후에 느낀 감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음반의 한 형태인 것이다. 지금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원래 ‘kio’의 대학 시절 전공은 ‘서양화’. 그리고 서양화가 중에서도 ‘chagall(샤갈)’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본인이 그렇게도 흠모해 마지 않았던 샤갈의 미술 세계를 이번 앨범에 화려하게 옮겨 놓았다. 이번 앨범은 바로 샤갈의 이미지 앨범’인 셈이다. 러시아계 프랑스인으로서 표현주의의 대가라 불리었던 샤갈의 작품 세계의 주제는 ‘사람’과 ‘색채’이다. 그래서일까? 각각의 곡은 단출한 악기 편성 안에서도 매우 다양한 편곡과 기법을 도입해 곡마다의 개성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강렬한, 그리고 때로는 수수한 이번 앨범의 장르는 ‘Adult contemporary(어덜트 컨템포러리)’. 그러나 단순히 성인들만을 위한 음악이라고만 한정 지을 수 없는 것이, 이번 앨범은 오히려 편안히 휴식을 취하면서 듣기 좋은 ‘Easy Listening(이지 리스닝)’ 쪽에 더 가까운 듯도 하다. 강한 베이스 라인이 앨범 전체에 흐르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이펙터를 사용해 음악에 이미지를 부여하는 시도를 하는가 하면 어떤 곡에서는 재즈가, 어떤 곡에서는 소프트한 록의 내음마저 풍기는 것을 보면, 그는 본 앨범을 통해 매우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도 신기한 건, 어떤 곡에 이르건 청자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가사에 치중하기보다는 테마를 떠올릴 수 있고 듣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하게 함으로써 영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한 것도 큰 특징. Kio는 말한다. “어느 한 곡 샤갈의 그림과 연관성이 없는 곡이 없어요. 이를테면 저는 모든 곡 작업에 임함에 있어 샤갈의 그림들이 제게 준 영감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앨범은 ‘음악으로 표현한 샤갈의 포트폴리오’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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